달고나는 한국 거리 간식의 대표 아이콘으로, 설탕과 소다로 간단하게 만든 사탕이지만 그 안에 담긴 추억과 놀이문화, 그리고 정서적 유대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특히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계기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며 전통과 현대, 놀이와 예술, 그리고 세계적 콘텐츠로서의 확장을 보여준 대표적인 한국 특수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1. 단순한 설탕이 아닌 추억과 문화의 결정체, 달고나
달고나는 겉보기엔 단순한 간식이다. 설탕 한 스푼, 소다 한 꼬집, 그리고 작은 국자와 불꽃만 있으면 어디서든 만들 수 있는 이 간식은 한국에서 수십 년간 사랑받아온 거리 음식이다. 하지만 이 작은 사탕 안에는 한국인의 어린 시절 추억, 골목의 정서, 그리고 공동체 놀이문화가 응축되어 있다. ‘달고나’라는 이름만 들어도 많은 한국인은 초등학교 시절 학교 앞 노점상에서 천 원짜리 동전을 쥐고 줄을 서던 기억을 떠올릴 것이다. 달고나는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한국의 골목 문화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이었다. 동네 어귀, 학교 앞, 시장 입구마다 작은 가스버너와 국자를 든 아저씨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고, 아이들은 매일 용돈을 쥐고 그 앞에 모였다. 사탕을 만드는 과정은 단순했지만 그 위에 별, 하트, 우산, 고양이 등의 도장이 찍히고, 그것을 부서지지 않게 떼어내야 하는 미션이 더해지면서 달고나는 단순한 간식을 넘어서 일종의 놀이이자 도전이 되었다. 특히 이 도전은 보상 구조와 연결되어 있었다. 정해진 시간 안에 모양을 부수지 않고 떼어내면 달고나 하나를 더 받을 수 있다는 규칙은 아이들에게 집중력과 인내심, 전략적 사고를 유도했다. 이는 단순한 오락을 넘어 아이들 사이의 경쟁심과 협동심, 실패와 성취의 감정을 배울 수 있는 놀이였던 것이다. 어떤 이들은 성냥개비를 활용해 조심스럽게 테두리를 긁었고, 어떤 이들은 입김을 불어 모양을 부드럽게 만드는 등 다양한 방법이 공유되며 ‘달고나 노하우’가 쌓이기도 했다. 달고나는 어른들에게는 향수를, 아이들에게는 신선한 체험을 선사하며 오랜 시간 동안 사랑받아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세대가 바뀌면서 이 달고나는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다. 산업화와 교육 중심의 사회 변화는 골목 문화의 쇠퇴를 가져왔고, 그에 따라 달고나를 직접 만들거나 노점에서 사 먹는 문화는 희미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고나는 단순한 사라진 간식이 아닌 문화로서 오랫동안 기억 속에 살아 있었다. 그것은 음식이라는 형태보다 사람들의 기억과 놀이에 더 가까운 존재였으며, 이러한 감정적 유산은 훗날 전 세계를 놀라게 하는 문화 콘텐츠로 되살아나는 밑거름이 되었다.
2. 오징어게임과 함께 세계로 뻗어나간 달고나의 변신
2021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그 안에 등장한 다양한 한국 문화 요소들도 주목을 받았다. 특히 제3게임으로 등장한 ‘달고나 뽑기’ 장면은 드라마의 긴장감을 극대화한 명장면으로 평가받으며, 동시에 달고나를 전 세계인의 관심 속에 올려놓는 계기가 되었다. 드라마 속 달고나는 단순한 간식이 아닌, 생사를 건 미션으로 등장했다. 모양을 부서지지 않게 떼어내야 하는 룰은 한국인에게는 익숙한 놀이였지만, 외국인 시청자들에게는 생소하면서도 극적인 설정으로 다가갔다. 이 장면은 수많은 밈과 리액션 영상, 패러디를 양산했고, 달고나는 ‘오징어게임’을 대표하는 상징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이후 달고나는 전 세계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다양한 유튜브 콘텐츠 제작자들이 직접 달고나를 만들어보는 영상이 올라오고, 미국과 유럽, 동남아시아 등지에서는 달고나 키트, 달고나 뽑기 체험 부스, 한국식 전통 간식 판매가 유행처럼 번졌다. 심지어 뉴욕 타임스퀘어나 런던 시내, 도쿄 거리에서는 팝업스토어 형태로 달고나 체험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달고나를 만드는 도구, 즉 국자, 버너, 틀 등이 포함된 DIY 키트가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판매되었고, 해외에서는 이를 ‘Korean Sugar Candy’, 혹은 ‘Squid Game Candy’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했다. 이와 함께 달고나의 역사와 문화적 배경을 소개하는 콘텐츠도 다수 등장하면서, 단순한 드라마 소품을 넘어 한국 문화 자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흐름은 달고나가 ‘향수의 음식’에서 ‘세계적인 콘텐츠’로 거듭나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이는 단지 한 드라마의 일회성 유행에 그치지 않고, 한국의 골목 문화, 놀이 문화, 그리고 집단 정서가 어떻게 글로벌 시대에 맞춰 재해석되고 소비될 수 있는지를 입증하는 사례라 할 수 있다. 특히 달고나는 다른 한국 특수 콘텐츠와 달리, 누구나 집에서 쉽게 만들어볼 수 있고, 그 안에 게임적 요소가 결합되어 있어 ‘체험 가능한 콘텐츠’로서 강력한 확장성을 가진다. 이는 단순히 시청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만들고, 도전하고, 실패하고, 다시 해보는 방식으로 소비되며 강한 인상과 몰입감을 제공한다. 결과적으로 달고나는 콘텐츠로서 매우 탁월한 특성을 지닌다. 저비용, 고재미, 강한 몰입, 그리고 문화적 확장성이라는 장점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문화 상품으로 기능하게 만들었다. 이것은 한국 문화의 ‘작고도 강한 힘’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3. 달고나의 의미와 향후 문화 콘텐츠로서의 가능성
달고나는 지금도 여전히 한국의 길거리나 테마파크, 놀이문화 공간에서 찾아볼 수 있는 정감 어린 간식이다. 그러나 이제 달고나는 단순한 음식 이상의 문화 콘텐츠로 인식되고 있다. 그 안에는 한국인의 집단 정서, 놀이의 즐거움, 손맛과 정성, 그리고 공동체의 기억이 담겨 있다. 이러한 특성은 현대 콘텐츠 소비 구조에서 매우 유리한 요소로 작용한다. 먼저 달고나는 놀이와 음식, 두 가지 요소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복합 콘텐츠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교육적인 측면에서 아이들에게 요리의 기초와 과학적 원리를 가르치는 체험 프로그램으로 확장할 수 있고,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한국 전통 체험 콘텐츠로 개발할 수도 있다. 실제로 일부 관광업체나 문화재단은 달고나 체험을 한국 문화 이해 프로그램에 포함시키고 있다. 또한, SNS와 영상 콘텐츠에 최적화된 특성 역시 달고나의 큰 장점이다. 국자에 설탕을 녹이고, 적당한 타이밍에 소다를 넣고 부풀어오르는 모습을 촬영하면 누구나 흥미로운 클립을 만들 수 있다. 완성 후 틀을 눌러 모양을 찍고, 그것을 떼어내는 긴장감 있는 순간은 ‘짧고 강한 몰입’을 유도하는 소셜미디어 콘텐츠로 각광받고 있다. 더 나아가 달고나는 예술과 접목될 수 있는 여지도 충분하다. 이미 일부 작가들은 달고나를 매체로 활용한 미술 작업이나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으며, 달고나 틀의 도안이 문화 상품으로 제작되기도 한다. 이를 통해 달고나는 단순한 추억에서 벗어나 창의성과 결합된 예술적 재료로서도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달고나의 문화적 상징성은 그 안에 담긴 ‘정’과 ‘기억’, ‘놀이’라는 키워드에서 비롯된다. 가족과 친구, 이웃과 함께 했던 그 시절의 추억은 달고나를 단지 단맛의 간식이 아닌 마음의 간식으로 만들었고, 이러한 감성은 국경을 넘어 사람들에게 울림을 준다. 그래서 달고나는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지속 가능한 콘텐츠’로서 자리 잡을 수 있다. 앞으로 달고나는 한국의 문화유산으로서 보다 체계적으로 보존되고, 다양한 방식으로 재해석되어야 한다. 지역축제, 학교 체험학습, 관광 상품, 글로벌 협업 프로젝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한국인의 삶과 놀이를 전 세계에 알리는 매개체가 될 것이다. 달고나는 결코 작지 않다. 그것은 작은 설탕 조각 안에 한국의 감성과 정서, 그리고 세계로 나아가는 상상력이 담긴 살아 있는 콘텐츠이기 때문이다.